<?xml version="1.0" encoding="UTF-8"?><rss xmlns:dc="http://purl.org/dc/elements/1.1/" xmlns:content="http://purl.org/rss/1.0/modules/content/" xmlns:atom="http://www.w3.org/2005/Atom" version="2.0"><channel><title><![CDATA[가슴에 묻어둔 이야기 - 단편]]></title><description><![CDATA[<p dir="auto">오후 세 시경, 사무실에서 설계건 하나를 마무리 짓고 인스턴트 커피를 타서<br />
마시며 한숨 돌린다.<br />
지금 내 직업이 프리랜서로 기계설계 일을 하고 있다.<br />
휴대폰이 울린다.<br />
“예, 김 정수 입니다.”<br />
-응, 정수냐? 나 종규다. 너 이번 달에 자동차 보험 만기 되는 것 알고 있지?<br />
“안 그래도 생각하고 있었어. 날짜 되거든 연락해라.”<br />
-그래,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참, 며칠 전에 이 곳에서 미영이 봤다.<br />
네 안부 묻던데?<br />
“걔, J시에서 살고 있다던 데, 거기엔 뭐 하러 왔대?”<br />
-뭐.. 볼 일이 있었겠지. 걔 J시에서 사는 건 어떻게 알았어?<br />
“오래 전에 걔 언니를 우연히 만나서 이야기 들었어.”<br />
-그래?<br />
종규라고 고향 친구인데, 지금은 고향인 J읍에서 보험 대리점을 하고 있다.<br />
이 친구로부터 정말 오랜만에 미영이란 이름을 들어본다.<br />
내 기억 속에 까마득히 잊혀져 있던 미영이란 여자..<br />
그 애로 인해 처음으로 여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알았고,<br />
또 처음으로 실연의 아픔을 느꼈고, 여자에 대한 배신감을 느꼈다.<br />
중학교 삼 학년 때, 나는 고향인 J읍에서 M시에 있는 중학교로 열차통학을 하고<br />
있었다.<br />
그 해 여름방학 때, 공부 때문에 B시에 있는 이모 집에서 숙식을 하며 중학교에<br />
다니고 있던 그 애, 미영이가 방학을 보내기 위해 집으로 왔었다.<br />
그 애의 집이 우리 집과 바로 담장을 마주하고 있었지만, 우리 집이 그 곳에<br />
이사 온지 얼마되지 않아 그 집에 그 애가 사는 지 모르고 있었다.<br />
나를 친 동생처럼 유난히 아꼈던 그 애의 언니가 중간에 다리를 서서 서로 교제를<br />
하게 되었다.<br />
그 애의 언니는 형이랑 같은 학년의 친구였다.<br />
그 애의 얼굴은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미인은 아니었지만,<br />
말투나 옷 차림새가 세련된.. 도회지 적인 분위기를 풍기는데다가<br />
성격이 발랄하고 하는 행동이 거침이 없었다.<br />
나는 그냥 그 애를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다.<br />
그때만 해도 성격이 내성적이었고, 숙맥이었던 나는 그 애를 만나면서도 말 한마디<br />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가슴만 두근거리고 어색하기만 했었다.<br />
주로 그 애가 말을 하고 어딜 놀러 가더라도 항상 그 애가 주도를 했다.<br />
나는 그냥 그 애가 하자는 대로 이끌려 다니기만 했다.<br />
그 애가 나를 이끌고 다니던.. 대화를 그 애가 주도를 하던 나는 무조건 좋았지만,<br />
재미없기만 한 나에게 그 애가 싫증을 느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늘 마음 속에<br />
있었다.<br />
당장은 촌스러운 내가 그 애에겐 재미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따분해질 수도<br />
있으니까..<br />
내가 사는 동네에 M시에 있는 중학교에 같이 열차통학을 하는 재수란 친구가<br />
있었다.<br />
국민학교도 같이 다녔고, 말 그래도 고추친구인데 나하고는 아주 친하게 지내는<br />
사이이다.<br />
성격이 나와는 판이하게 달라 외향적인데다 말도 잘해서 친구끼리 만나면 항상<br />
주도를 하는 성격이다.<br />
같은 동네에 살며 방학이라 자주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영이와도 같이<br />
어울리게 되었다.<br />
그러다 보니 말도 잘못하고 주춤거리는 나보다는 재식이랑 미영이가 서로 말을<br />
많이 하고 서로 스스럼 없이 장난도 많이 쳤다.<br />
나는 그냥 그런 그들을 보며 맞장구를 치며 재미있어 했었다.<br />
어쨌든 그 해 여름방학은 셋이서 자주 어울려 지냈고, 재식이는 나와 미영이의<br />
사이를 인정하고 제 삼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br />
미영이가 교회에 다니다 보니 재식이랑 나도 미영이를 따라 교회에 다니고<br />
있었다.<br />
그러던 중 차츰 미영이랑 재식이를 마주치는 횟수가 줄어들게 되었다.<br />
어쩌다 만나도 그냥 헤어지는 경우가 잦았고..<br />
걔들한테 바쁜 일들이 있나 하고 생각하고 혼자서만 따분하게 지내게 되었다.<br />
그 날도 영 심심해서 혼자서 교회로 놀러 갔다.<br />
교회에는 마당도 넓었고, 잘 가꾸어진 꽃밭이랑 벤치들이 있어 혼자서 시간을<br />
보내기엔 적당한 장소였다.<br />
벤치에 앉아서 이런 저런 상상을 하거나 꽃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br />
탁구대가 있는 교회 뒷 뜰로 가게 되었는데..<br />
세상에.. 이럴 수가..<br />
재식이랑 미영이 둘이서 깔깔거리고 웃으며 탁구를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br />
어떻게 나만 달랑 빼놓고 둘이서 그럴 수 있단 말인가?<br />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화석처럼 얼어 붙고 말았다.<br />
재식이와 미영이도 탁구를 치다 말고 그런 나를 보고 멍하니 서 있었다.<br />
나는 아무 말없이 그냥 뒤 돌아섰다.<br />
집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허공을 딛는 듯 아무런 감각이 없었고<br />
그냥 호흡만 가빠졌다.<br />
그리고는 며칠동안 집에서 두문불출하고 있었다.<br />
머리 속에 들어오지도 않는 책을 붙들고 씨름을 하다 지치면 잠을 자다가..<br />
또, 몇 번을 읽었던 소설 책을 무의미하게 처음부터 다시 보거나 그러면서 시간을<br />
죽이고 있었다.<br />
도대체 세상 사는 재미가 없었고 관심 가질 일이 없었다.<br />
그렇게 여름방학이 끝나 갈 무렵, 하루는 재식이가 날 찾아왔다.<br />
재식이가 무겁게 입을 연다.<br />
“우리 어디 가서 이야기 좀 하자.”<br />
“무슨 이야기 인데?”<br />
내가 재식이의 얼굴은 보지도 않고 퉁명스럽게 말을 받는다.<br />
“일단 나가서 이야기 하자.”<br />
“그러지 뭐..”<br />
둘이서 집을 나와 마을의 공터에 있는 느티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앉는다.<br />
재식이가 먼저 말을 한다.<br />
“정수야.. 미안하다.”<br />
“…………..”<br />
“일부러 너한테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br />
셋이서 같이 만나다 보니 우리하고는 판이하게 다른 미영이에게 나도 모르게<br />
이끌렸는가 보다.<br />
며칠동안 곰곰히 생각해보니 미영이 걔가 좀 못된 것 같더라..<br />
앞으로 미영이하고는 만나지 않기로 했다.<br />
이번 일로 너하고의 우정이 안 깨졌으면 좋겠다.”<br />
나는 재식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왔다.<br />
그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재식이와 나 사이는 예전처럼 회복이 되었지만,<br />
미영이는 여름방학이 끝나고 B시로 돌아가면서 우리 사이는 끝이 났다.<br />
재식이에게 사과의 말을 듣고 난 후, 나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형이<br />
하는 말이<br />
“정수야. 안 그래도 너한테 이런 말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고 망서렸는데,<br />
걔 언니가 하는 말이 얼마 전에 아무도 없는 미영이 집에서 재식이하고 미영이하고<br />
안방에 앉아 있다가 마침 외출에서 돌아오신 미영이 엄마한데 둘이 혼쭐이 났다더라.<br />
쪼끄만 것들이 대낮에 아무도 없는 안방에 앉아 무슨 짓을 하고 있었냐고..<br />
미영이 걔가 보통 애가 아니다.”<br />
도대체 안방에서 무슨 짓을 했단 말인가????<br />
그 이후, 내가 고등학교를 B시로 진학하면서 고향인 J읍에서 B시로 열차통학을<br />
하게 되었는데, 마침 J읍에서 B시로 열차통학을 하게 된 미영이를 만나게 되었는데<br />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지나치는 사이가 되었다.<br />
불과 몇 년 전에 우연히 B시에서 살고 있는 그 애의 언니를 만나게 되었다.<br />
이런 저런 안부의 말 끝에 내가 미영이의 안부를 묻게 되었는데<br />
그 애의 언니가 하는 말이<br />
“아이구, 정수야. 말도 마라. 걔 결혼하기 전까지 남자때문에 속썩은 걸 생각하면<br />
말도 못한다.<br />
그래도 결혼하고 나서는 잘 살더라만..”<br />
지금 미영이를 만나면 어떨까?<br />
나도 여자라면 이력이 붙을 만큼 붙었는데..<br />
왜 미영이가 지금 새삼스럽게 내 안부를 물었을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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