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서포터즈 - 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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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강남 8학군 사이에서만 몰래 전해지던 비책이었다. 설령 방법을 알아도 누구가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었고 무엇보다 해당 행위를 수행할 사람을 찾는게 쉽지 않았기에 대중화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창출되는 법.
어느 날, 대치동에 "수능서포터즈" 사무실이 개설되었다. 이 사무실의 목적이 신문기사를 타고 알려지면서 사회 각층, 특히 여성단체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런 동시에 이 학원에는 예약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학원의 설립자이자 원장인 이강우는 학원 앞에서 벌어지는 시민단체의 시위 따위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예약전화를 받고 기록하는데에 온 신경을 기울였다.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추가 상담원을 두어야 할 판이다.
"예, 아까 설명드린대로 한 시험장에서 한 학교의 수험생 구성비가 그 시험장 전체 인원의 40% 이내가 되도록 하는게 교육청의 기본 원칙입니다. 따라서 저희가 배치한 서포터가 시험장에 들어갈 수도 있고, 못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우선 선금을 거시고요, 만약 서포터가 시험장에 들어가고 서포트가 충분히 이루어지면 추가 요금없이 무사히 서포트해드립니다. 만약 서포터가 들어가지 못하면 저희가 선금은 백 퍼센트 환불해드립니다."
밖에서 들리는 시위 소리가 워낙 시끄러워 닫힌 창문을 뚫고서도 아주 잘 들렸다. 이 원장은 한쪽 손으로 수화기를 들지 않은 쪽 귀를 막으며 말했다. 수화기 건너편의 목소리가 무척 조심스러웠다.
"그게 정말 효과... 있는 건가요?"
"어이구. 효과요. 그거야 독일의 박사님이 연구했다는데 확실하겠죠."
"독일이요...독일에서 연구한 거라... 이거죠?"
기술과 과학발전의 대명사처럼 일컬어지는 독일의 이름은 꽤 좋은 효과가 있었다. 이 원장은 내친 김에 말을 더 이어나갔다.
"아, 막말로 교회에 가서 빌고, 절에 가서 빌로, 하다못해 교문에다가 엿바르는 행위는 수험생하고 무슨 상관이 있고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게 다 교회랑 절에서 돈 벌자고 하는 거죠. 엿이랑 찹쌀떡 파는 제과회사들만 신난 거라고요. 그렇지만 저희 서비스는 확실합니다. 임상실험 결과도 있습니다. 서포터가 시험장에 들어가느냐 못 들어가느냐가 하늘에 달린 일이긴 합니다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못 들어가면 환불한다고 했잖습니까. 자식 수능 점수 좋게 나오라고 예수님에게 빌면서 헌금했는데, 점수 안 나오면 헌금 환불해줍니까?"
"그야 안 해주죠. 알겠어요. 선금 입금하겠습니다."
"아이고, 사모님. 좋은 판단이십니다. 그럼 저희 계좌번호가..."
이 원장은 신이 나서 그런 식으로 전화상담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씨름하던 그는 해가 지자 학원을 빠져나왔다. 시민단체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게 뒷문을 이용했다. 골목에 주차해놓은 차에 올라탄 그는 차를 몰아 그대로 한 업소를 향해 달려갔다. 붉은 색 조명이 선명하고 벽 대신 유리가 가득한 업소였다. 이 원장은 미리 약속해 놓은 사람을 찾아갔다.
"그래서, 우리 애들 보고 수능시험에 등록해라, 이거야?"
"그래. 일단 많을 수록 좋아."
청량리에서 잔뼈가 굵은 신유철 사장은 인상을 썼다. 본인이 못 배운 탓에 뭔가 시험 어쩌고 하면 머리가 아파온 탓이다. 그는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우수고객인 이 원장을 보며 혀를 찼다.
"우리 애들이 다 바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방 끈 긴 애들도 아니라고. 그런 애들이 수능을 봐서 뭐할껀데?"
"누가 수능을 보라고 했어? 수능시험을 등록만 하라 이거야. 그러면 수능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다고. 그리고 나서 말이지."
뒤이어 나오는 이 원장의 설명을 들으며 신 사장은 입을 딱 벌렸다. 한참을 듣던 신 사장은 마침내 피식 웃고 말았다.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진짜 그거 하겠다고 돈을 내는 사람이 있다고? 웃기고 있네."
"웃기긴 뭐가 웃겨. 자, 봐봐. 오늘만해도 벌써 상담이 백 건이 넘었고 선금 입금한 사람만 오십 명이야. 나 이제 사무실 차린지 일주일도 채 안 되었는데, 벌써 예약 건수가 삼백명이 넘어."
이 원장이 수첩을 내보이며 설명하자 신 사장의 표정이 달라졌다. 다른 무슨 고귀한 이상이 있어서 "고기 장사"를 하는 그가 아니다. 돈이 관련되었다고 하자 그의 집중도가 높아졌다. 게다가 이 원장이 말한 선금은 결코 적은 금액도 아니었다.
"아니... 진짜 그거 하자고 돈을 이만큼 낸단 말이야?"
"말해 무엇하냐. 야, 인마. 성적 올리는 비책을 가진 과외교사 하나 있다고 소문나면, 그 사람한테 오 분 듣는 것만으로 백 만원도 훌쩍 내는 사람들이 줄을 섰어."
신 사장은 침을 삼켰다. 그는 은근한 목소리로 이 원장에게 물었다.
"야, 너 이거 다른 업소에다가는 제안 아직 안 했지?"
"물론이지. 네가 제일 먼저 너부터 찾아온 거야. 고마워하라고."
이 원장은 담배를 꼬나물며 거드름을 피웠다. 신 사장은 그런 모습이 아니꼬왔지만 돈이 되는 일이라는 말에 이미 그의 마음은 설레고 있었다.
"그래. 고맙다, 짜샤. 근데 그러면 비율은 어떻게 나눌 건데? 5대 5냐?"
"뭐? 5대 5? 장난하나, 인마. 내가 아줌마들 구슬려서 계약 따내느라 혓바늘이 돋을 지경인데 어디 날로 먹으려고 들어? 8대 2. 더는 안 돼."
"그럼 우린 뭐 땅 파서 장사하냐. 니 사업구상이 훌륭한 건 알겠는데 애들 수급 안 되면 말짱 황이잖아. 6대 4로 하자. 니가 6, 내가 4. 난 애들에게 줘야하는 돈이 있단 말야."
"기왕 벌리는 가랭이 더 벌린다고 뭐 그리 더 힘들어. 그래봐야 맨날 하는 일이잖아. 시간이랑 장소가 조금 다른 걸 가지고 유세야, 유세는. 8대 2 싫으면 말어. 난 다른 업소로 가보지 뭐."
이 원장은 말 뿐이 아니라 진짜로 일어날 기세였다. 다급해진 신 사장은 이 원장의 팔을 붙잡았다.
"그 시간이랑 장소가 다른 게 문제지. 맨날 밤일 하는 애들이 아침에 눈 뜨는 거 자체가 중노동이야. 그런 애들 내가 잘 달래야 하고 또 전날 컨디션 관리도 시켜야 한다고. 그리고 다른 업소까지도 내가 알아볼테니까 니가 굳이 돌아다닐 필요없도록 필요한 만큼 조달하마. 7대 3 어떄? 니가 7, 내가 3."
이 원장은 자못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는 못이기는 척 신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의 사업은 무엇보다도 많은 "서포터즈" 확보가 필수였다. 그는 자리에 앉아 신 사장과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201X년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 줄여서 수능이라 일컫는 시험을 보는 날이 되었다. 전국 각지의 수험생들이 주변인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어떤 이는 교복을 입었고, 또 어떤 이는 평상복을 입었다. 그리고 어떤 아가씨들은 복장만으로 주변의 시선을 한 데 모으고 있었다.
"야, 야, 저거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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